4.15 총선이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의 1차적인 확산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을 높게 평가하고, 방역에서 그러했듯이 곧 다가올 경제위기 또한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처로 극복해달라는 바람이 담긴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총선 다음날인 16일 발표된 2차 추경안을 보면 정부의 인식이 여전히 안이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이 비상시국의 전례 없는 대책을 지시하고 여야가 입을 모아 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 필요성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다. 2차 추경안의 재원을 국채 발행 없이 지출 조정과 기금재원 활용으로 충당하겠다는 것 자체가 기재부의 위기의식 수준을 말해준다. 실업률이 30%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 속에, 해고를 강제적으로 금지하고 전 국민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선진국들의 발 빠른 행보와 비교된다.

특히 ‘공공부문 고통분담’을 명분으로 공무원 연가보상비 3,953억원을 전액 삭감해 추경 재원으로 쓰겠다는 것은 이번 경제위기의 성격을 완전히 오판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 두 번의 큰 경제위기,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에서 시작됐지만 이번은 다르다. 전염병이 촉발한 생존의 위기 앞에 불가피한 선택인 이동 제한과 격리로 글로벌 수요와 공급이 동반 추락하는 실물경제의 위기가 이번 경제위기의 핵심이다.

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희생된 경제주체는 가계 즉 노동자였다. 정부는 기업의 해고를 용인 혹은 촉진했고, 기업은 해고로 비용을 줄이고 정부로부터 공적자금을 수혈 받아 연명하다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출을 늘리며 위기를 벗어났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수요와 공급이 무너져 수출 자체가 막혀가는 지금 이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내수가 아니면 살아날 길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 두 번의 경제위기와 달리 이번에는 정부의 희생, 즉 국채 발행까지 포함한 과감한 재정정책으로 소비의 주체인 노동자를 살려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특히 이 위기의 끝이 보일 때까지 사회를 떠받치는 것은 공공 서비스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미 국책금융기관들은 정부의 금융지원이 개별 경제주체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공공부문의 임금을 깎아 민간부문으로 이전하려는 조삼모사 놀음은 그만 두고, 제대로 된 확장재정을 바탕으로 공공기관의 공적 서비스를 활용해 기업의 도산을 막고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고 가계 소비를 확충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 정책 수행의 최전선에 있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이미 우리가 요청했듯이 예산지침 적용 유예와 경영평가 완화 등 특단의 조치를 통해 전시에 준하는 행정력 집행을 가능케 해야 한다. 기재부의 각성과 행동을 촉구한다.

2020. 4. 20.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박홍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