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국회는 지난 3월 5일 본회의에서 부결된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지난 표지만 바꾼 채 4월 29일 2차 추경안 등과 함께 본회의에 재상정했고, 재석의원 209명 중 찬성 163명, 반대 23명, 기권 23명으로 통과시켰다.

금융산업의 공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이 희대의 악법은 지난 3월 본회의에 상정돼 압도적 반대표결(찬성 75명, 반대 82명, 기권 27명)로 부결된 법안이다. 금융당국과 사업자가 똘똘 뭉쳐 국회 로비에 나서고, 보수언론이 본질을 왜곡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지만, 민의를 받든 국회의원들의 수오지심(羞惡之心)이 막은 악법이다.

KT는 법안 개정이 막히자 자회사인 BC카드를 통해 신규 자금을 수혈하는 꼼수까지 썼고, 거대 양당은 이번에는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에서 KT가 위반한 담합거래 금지 조항 위반 전력을 삭제해 본회의에 재상정했다. 결국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KT가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되도록 길을 터준 명백한 ‘KT 특혜법’이 아무런 저지 없이 29일 밤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두 달 전에는 반대표를 던진, 특히 180석이라는 전대미문의 총선승리를 쟁취한 거대 여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에서 찬성으로 돌아선 결과였다.

은산분리 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으며,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를 추진하겠다는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공약에서도 그 진입 요건을 2017년 당시 “현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에 한정했다. 대주주 자격 기준은 금융회사 공통에 적용되는 것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만 완화 적용할 이유는 없다. 현행법을 엿가락처럼 마음대로 바꿔가며 특정 기업에게 특혜를 준다는 내용 또한 그 어디에도 없었다. 재벌기업에도 은행 소유의 길을 터줄 수 있는 방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 큰 우려를 불러왔던 동 법 개정안의 통과로 케이뱅크는 계열사 경영 악화 시 동반 부실을 겪을 가능성이 크며, 다른 인터넷전문은행도 재벌기업의 사금고가 될 가능성에 노출되게 되었다.

권력과 산업자본의 유착, 관치금융 그리고 금융산업의 무분별한 규제완화의 피해자는 늘 국민들이었다. 키코사태와 동양그룹사태, 그리고 DLF사태, 라임자산운용 파문을 겪고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국민의 숨통을 조르는 세력과 그들을 방치하는 자들을 국민들은 다시금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20대 국회의 종언을 선언하며, 인터넷전문은행법 정상화와 금융의 공공성·건전성을 위한 입법을 21대 국회의 제1과제로 제안한다. 끝.

2020. 5. 4.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