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 사명 변경 법안이 24일 국회 국토교통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금융노조와 한국감정원지부는 한국감정원의 사명 변경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민간 이익단체에 포섭된 불순한 시도라는 점을 일관되게 지적해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국회는 당사자인 한국감정원 노동자들의 의견조차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명 변경을 강행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사명 변경을 가장 강력히 염원하는 곳은 한국감정평가사협회다. 한국사회 불평등의 핵심 고리인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는 부동산 자본의 자가 증식에 기대 이윤을 탐하는 민간 시장보다 공적 통제의 영역에 두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한국감정원이 2015년 감정평가 3법의 제개정을 통해 감정평가에서 철수하기로 한 것은 이미 감정평가 기능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 넘겨왔던 당시의 현실을 대승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시에도 감정평가 감독권까지 내놓으라는 탐욕적인 적반하장으로 합의를 무산 위기로 몰고 간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이제 한국감정원의 이름까지 바꾸려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국토교통부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작년 7월 돌연 한국감정원 사명 변경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가격 안정의 강력한 의지를 밝혀온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신임한다는 장관의 태도로서는 매우 부적절하다. 이후 국회에서는 한국감정원 사명 변경 법안이 줄줄이 발의됐고, 국토교통부는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는 물론 한국감정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사명 변경을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발의된 4건의 개정안 가운데 한국부동산조사원은 동일한 이름을 사용하는 민간 기업이 있어 부적절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나머지 3가지 이름 역시 대동소이하다. 50년 넘는 긴 역사 속에서 국민과 함께 호흡해온 공공기관을 황당한 이름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시장 영향력을 키우려는 탐욕적인 민간 이익단체와 어찌된 일인지 국민이 주인인 공공기관을 버리고 그 이익단체의 하수인을 자처하려는 국회와 국토교통부에 의해 이제 곧 실현되기 직전에 놓였다.

금융노조와 한국감정원지부는 한국감정원 사명 변경 시도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사력을 다해 막아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가 강압적인 압박을 멈추지 않고 국회 역시 부화뇌동해 이를 강행한다면, 공직자 윤리를 저버린 국토교통부 당사자들은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국민이 위임한 입법권을 사익에 넘긴 국회의원들 또한 곧 돌아올 4.15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받게 될 것이다. 

2020. 2. 21.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박홍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