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20일 KB금융지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KB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이 사외이사 후보 2인을 추천하는 주주제안 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KB금융그룹 노동자들은 2012년부터 소수주주권을 활용한 사외이사 추천 주주제안을 시도해 왔다.

KB금융지주는 주식을 단 한 주만 가지고 있더라도 사외이사 예비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홍보해왔다. 이는 언뜻 보기엔 주주의 경영참여를 확대하는 듯 보이지만 사외이사 선임 인선자문위원을 추천위원회에서 비공개로 선임하고, 우리사주조합 추천 예비후보가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추천 후보에서 제외되는 등 오히려 주주권 행사를 제약하는 제도로 오남용되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이사회가 추천권을 독점하는 추천제도를 폐지하고, 상법 등에 보장된 소수주주의 주주제안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다.

지난 3월 KB금융지주 이사회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를 신설했다. 그리고 KB금융지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현 이사회 내에는 ESG 전문가라고 내세울 인물이 없다. 이번에 우리사주조합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들은 누가 보더라도 ESG 분야에 있어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회사가 내세운 ESG 경영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사회 내에 필요한 적임자들이다.

만일 KB금융지주가 이번 우리사주조합 추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도 이사회 차원의 반대의견 공시나 안건 부결을 위한 IR을 한다면 이는 그 어떻게든 자신들이 파놓은 참호를 허물지 않겠다는 아집을 드러내는 행태로 볼 수 밖에 없다. KB금융지주가 채용비리와 부실 사모펀드로 바닥까지 떨어진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코로나 위기로 더욱 부각된 금융의 공공성과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할 의지가 있다면 금번 그룹 임직원들의 정당한 주주권 행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난 2012년, 회사에 의해 불법적으로 승계되던 우리사주조합장을 되찾는 일로 시작된 KB금융 노동자들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투쟁은 2017년과 2018년 주총 표대결을 벌이며 중단 없이 이어졌고, 국민연금의 찬성, 국내 주총안건 분석기관의 찬성 권고 등을 이끌어 내었다. 또한 정관 개정을 위한 주주제안은 이후 금융회사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상당 부분 반영되는 등 성과가 적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경제민주화를 위해서는 산적한 과제들이 한 둘이 아니다. 재벌과 대주주에 의해 침해당하는 소액주주와 개인투자자, 우리사주조합원들의 정당한 주주권을 지키는 일도 그 중 하나다. 주주로서의 정당한 권리가 존중되는 사회를 앞당기는 KB금융 노동자들의 위대한 발걸음에 연대의 뜻을 표하며, 11월 임시주총 주주제안의 성공을 기원한다.

2020. 9. 14.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