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사측의 해태가 도를 넘었다. 금융소비자 보호·노동존중의 시대정신에 대한 망각(忘却)도 심각하다. 지난 4월 금융노사정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유례없는 위기 상황 속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신속하게 이행하고 이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지금, KEB하나은행 사측은 어떠한 후속조치도 마련하고 있지 않다.

사측은 여전히 현장 일선의 KEB하나은행 노동자에게 실적을 강요하고 있으며, 금융지원을 위해 방문하는 소비자들에게 상품을 끼워 파는 등 금융소비자와 금융노동자는 외면한 채 배만 불릴 궁리를 하고 있다. 금융노동자가 위기 극복과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는 상황에서, 사측은 시대적 상황에 역행하면서 나아가 KEB하나은행이라는 이름의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2019년 산별중앙교섭이 체결된 지 9개월이 지났으나, KEB하나은행 노사는 아직 2019 지부 임단협조차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노측은 원활한 타결을 위해 안건을 최소화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했으나, 사측은 교섭 마무리 단계에서 악의적으로 추가 안건을 제시하며 고의적으로 교섭을 지연하고 파행으로 몰아갔다. 이어진 4차례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서도 은행장은 출석요구에 불응하면서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KEB하나은행 사측의 행태는 단순한 임단협 지연의 문제가 아니다. 사측은 금융산업 산별 노사의 교섭틀인 산별중앙교섭을 부정하고, 금융노사정 공동선언의 실효성을 앞장서서 짓뭉갰다. 또한 KEB하나은행지부의 노동조합 활동을 무력화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의 교섭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범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제 잇속만 채우면서 노동존중의 시대정신을 거스르는 KEB하나은행 사측의 망각(忘却),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5월 22일 중앙노동위원회에서 KEB하나은행지부의 임단협 조정이 중지됐다. KEB하나은행지부는 사측의 개선의지가 없다면 임시대의원대회와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 쟁의 행위 절차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금융노동자는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금융노사정 공동선언 이행, 사측의 성실한 교섭 참여와 KEB하나은행 노사관계의 정상화이다. 금융노조는 KEB하나은행지부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노사관계 정상화를 위해 산별차원의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10만 금융노동자의 이름으로 총력 투쟁할 것이다.

2020. 5. 27.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박홍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