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의 신임 감사 인선을 놓고 낙하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노조와 한국자산관리공사지부의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 불과 몇 주도 지나지 않았다. 그간 금융노조가 노동이사제를 비롯한 노동자 경영참여를 강력히 추진해온 것이 바로 이런 식의 낙하산 인사와 같은 경영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함량 미달의 낙하산 인사를 관철하기 위해 노조추천 사외이사 선임을 거부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낙하산 인사 시도는 법령 개정과 시행일 사이의 공백을 틈탄 기습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악질적이다. 20대 국회에서 개정된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감사에 추천될 수 있는 자격으로 공인회계사 또는 변호사로서 3년 이상, 혹은 학교, 공공기관, 상장법인, 연구기관,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감사 관련 업무를 3년 이상 수행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한다. 감사업무의 경우 그만큼 업무 수행에 있어 전문성과 엄격함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개정 법조항은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따라서 이번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감사 후보 논란은 개정 법령 시행일까지의 공백을 노린 ‘막차’ 낙하산 시도라는 점에서 더더욱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5명이나 되는 사외이사 선임에서 노조가 추천한 후보는 모조리 탈락하고, 이어지는 감사 선임은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는 인선이 상식적이라 생각할 사람은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낙하산 인사의 근원이 집권 여당으로 의심된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15총선에서 우리 금융노조와 낙하산 인사 근절 약속이 포함된 정책협약을 맺은 바 있다. 집권 여당이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고 금융산업을 제 식구 챙기기를 위한 낙하산 인사 텃밭 취급하는 행태를 보면,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민심과 동떨어진 언동으로 헛발질을 연발해 국민의 질타를 받는 이유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나라의 미래까지 걱정하게 하는 비통한 작태다.​

우리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임 감사 선임 과정에서 자행되는 비상식적 낙하산 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 인사절차에 관여하는 정부당국에서는 지금이라도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길 촉구한다. 아울러 민심의 무서움을 가벼이 여기고 권력을 부당하게 써먹으려는 이번 낙하산 인사의 뿌리에도 분명히 경고한다.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다면 이 투쟁은 한국자산관리공사지부 차원을 넘어 금융노동자 전체의 투쟁으로 번져나가게 될 것이다.​

2020. 9. 4.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